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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건강, 이대론 안된다 <중> 운동 고픈 아이들

2010년 05월 04일

청소년 건강, 이대론 안된다 <중> 운동 고픈 아이들

[중앙일보 김민상]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A중학교. 봄비 속에서 1학년 윤모(13)군이 친구와 축구를 하고 있었다. 윤군은 “축구를 좋아하는데 체육시간이 적어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며 “하는 수 없이 가끔 친구들과 방과후에 남아 축구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부터 체육수업을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했다.
학생 수 감소에 맞춰 체육교사 수를 줄이면서 수업시간도 축소한 것이다. 줄어든 1시간은 영어수업으로 대체됐다. 이 학교 체육교사는 “운동장에서 뛰어놀 시간이 줄어든 탓인지 아이들이 활기가 많이 떨어져 보인다”며 씁쓸해했다.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좁은 실내에서 체육수업을 하는가 하면, 아예 체육시간을 줄인 학교도 많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학업 부담에 쫓기는 청소년들이 운동 부족까지 겹쳐 비만과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소년들의 운동 부족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서울 초·중·고 935곳의 학생 125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일주일에 몇 번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안 한다’는 응답이 14.5%나 됐다. 운동은 빨리 걸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의 활동을 말한다. 학교 체육시간은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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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동대문구의 한 여중은 84%가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나마 ‘운동을 한다’고 답한 학생들도 등·하교 시간에 걷거나 청소하기, 계단 오르기 등이 대부분이었다. 운동을 안 하는 이유로는 ‘시간 부족’(4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운동량이 줄면서 저체력·비만 학생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초등 4~6년생을 상대로 건강체력평가(PAPS)를 실시한 결과 15.8%가 ‘저체력’으로 분류됐다. 저체력은 순발력·유연성 등을 측정하는 종합체력 평가(100점 만점)에서 40점 미만을 의미한다. 2000년 9.4%였던 비만율도 9년 만에 11.1%로 높아졌다.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오자왕 선임연구원은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운동할 시간이 적은 데다 여가시간에도 TV 시청이나 컴퓨터게임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탓”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체육시간을 줄이는 학교가 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안민석(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서울지역 초등학교 수업 시수 자료에 따르면 올해 5학년 체육시간을 지난해에 비해 줄인 학교가 78.7%나 됐다. 동대문구의 한 초등학교는 3학년 체육수업 시간을 연간 21시간이나 줄였다. 반면 영어·수학은 전 학년에 걸쳐 시간이 늘어났다.

학교 체육수업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사설 스포츠학원에 청소년들이 몰리기도 한다. 송파구의 한 체육학원 강사는 “토요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15개 반을 운영 중”이라며 “수강하려는 학생이 너무 많아 다 수용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의 또 다른 학원은 최근 오후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 하는 중학생 체육 강의를 개설했다. 오후 10시 이후 학원심야교습이 금지되면서 학부모들이 ‘아이들 운동이라도 시키겠다’며 심야 강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김민상 기자[ⓒ 중앙일보 & Join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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